'스카이캐슬'이 떠올린 8년전 사건, '고3 모범생 존속살인'
'스카이캐슬'이 떠올린 8년전 사건, '고3 모범생 존속살인'
  • 김소정 기자
  • 승인 2019.02.07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등 강요하는 엄마가 두려워 모범생 아들이 엄마 살해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전교 1등을 만들어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부모의 욕망을 잘 표현했다. 부모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자녀 교육을 소재로 학생부종합전형, 가짜 하버드 졸업생 이야기와 강남 모고교 시험지 유출사건 등 사회적 이슈도 건드렸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입시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우리 사회의 욕망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일으켰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지난 2011년 일어난 '전교 1등 모범생의 모친 살인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고3이던 지 모군이 같이 살던 엄마를 부엌칼로 살해하고 안방에 그대로 둔 채 8개월간 생활하다 드러난 사건이다. 수사 과정에서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니 부모의 과한 욕심이 부른 사건임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때는 바야흐로 2011년 11월23일. 별거 중이던 지 군 아버지 신고로 집에 방문한 경찰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아파트에서 지 군과 지 군의 엄마 시신을 발견한다. 당시 거실에는 음식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고 집안은 썩은내가 진동했다. 안방에서 발견된 엄마의 시신은 얼굴과 목쪽은 부패가 심해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진 출처 MBC.
사진 출처 MBC.

지 군의 엄마는 지 군이 초등학교 5학년부터 남편과 별거했고 오직 아들만을 바라보고 살았다.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 외교관을 만들 요량이었다. 엄마의 일과는 아들만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골프채, 야구방망이 등으로 아들을 때렸다. 정신교육을 한다며 잠을 안 재우고 단식을 시키는 등의 행위도 있었고 체벌강도는 날로 심해졌다.

지 군은 전교 5등안에 들 정도로 공부 잘하고 엄마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전교 1등, 전국 1등을 강요했고 그에 걸맞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매질을 해댔다. 체벌이 두려운 아들은 급기야 성적표를 고치기 시작했고 학부모총회에서 위조한 성적표가 들통날까봐 총회가 열리기 전날인 2011년 3월13일 자는 엄마를 칼로 찔렀다. 이 과정에서 지 군이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이대로 가면 엄마가 날 죽일 것 같아서 그래. 엄만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엄마 미안해"였다.

사진 출처 MBC.
사진 출처 MBC.

지 군은 존속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재판 과정에서 아동학대 피해자로 밝혀져 지 군의 변호사는 아동학대에 대한 정당방위와 긴급 피난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1심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지 군에게 징역 장기 3년6월, 단기 3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모친의 지나친 학대로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 군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며 "그러나 모친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지 군의 죄질이 무거운 점 등을 고려해 원심의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지 군이 옥중에서 친구들에게 쓴 편지글 중. 사진 출처 MBC.
지 군이 옥중에서 친구들에게 쓴 편지글 중 일부. 사진 출처 MBC.

지난 2015년 MBC에서 방영한 '경찰청사람들'은 이 사건을 다루며 지 군이 옥중에서 친구에게 쓴 편지를 공개했다. 
"부모는 멀리 보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지만 학부모는 앞서가라 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지만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이 시대의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