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두해 감동 에세이
스무 두해 감동 에세이
  • 장진웅 기자
  • 승인 2016.03.0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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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대전도시공사 환경자원사업소 견학홍보 주무관
▲ 이기원 주무관이 직접 만든 꽃바구니. 이기원 주무관 제공

엄마 영어 올백이야! 수능을 마치고 현관문 들어서며 외치던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한데, 엊그제 대학을 졸업했다. 학사모가 잘 어울리는 아들이 대견하다. 

세월은 참 빠르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어떠한 고난도 헤쳐나가리라 결심한 때가 엊그제 일만 같은데, 어느덧 22년이 흘렀다. 요즘 대학을 졸업하는 것은 별것도 아닌 일이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단한 기쁨과 감동을 갖는 이들도 얼마든지 많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 한 사람이 나이기도 하다. 

졸업식 전날 꽃다발을 손수 만들었다. 유치원 입학하던 그 옛날 노란색 프리지어 한 아름 사서 예쁜 꽃다발 만들어 유치원 입학을 축하해 주던 그때를 떠올리며, 꽃시장에 나가 노란색 프리지어를 듬뿍 샀다. 문구점에 가서 한지를 색상별로 고루고루 여러 장을 사고, 한지 색상에 맞춰서 리본을 사고, 노끈을 샀다. 담아갈 바구니도 이리보고 저리 보고 예쁜 것으로 샀다. 두어 시간 동안 정성 가득 들여 꽃다발을 만들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여자 친구에게 축하해줄 꽃다발을 만드느라 시간이 꽤 걸려서 다 만들어졌다. 세상에서 단 하나씩밖에 없는 꽃다발이다. 바구니에 담아놓으니 정말 너무 예쁘다. 

자가용을 가져갈까. 열차로 갈까. 고민하다 열차로 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 택시를 이용하여 대전역에 도착했다. 서울역에 도착하여 공항철도를 이용하였다. 아들은 익숙히 다녀본 길이라 안내를 잘한다. 지하 7층에 공항철도가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많이 다녀본 경험이 노하우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바구니의 꽃을 본 외국인이 예쁘다며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준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졸업식 행사가 끝나고, 정성 들여 만든 꽃다발을 친구들에게 전하고 가족끼리 기념사진을 찍었다. 학사 가운 반납하고, 졸업앨범을 받으러 간 사이 가장 친한 친구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의 아들이 내 아이 덕분에 졸업을 무사히 하게 돼 너무도 감사하고 고맙다고 한다. 들으면서는 그냥 대수롭지 않은 좋은 덕담으로 생각하였다. 우리 애가 가끔 그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진적도 있어서 나는 고마운 뜻으로 친환경 쌀을 보내면, 그 어머니는 해외여행 때 관절에 좋다는 약을 사온 게 있다며, 사용설명을 상세히 적어 동봉해 보내주었다. 넘어져 무릎에 통증이 심했는데 그 약 덕분에 효과가 있었다. 점심식사를 같이 못 하게 돼 미안하고 아쉽다고 하면서, 아들이 여자 친구와 활짝 웃으면서 사진 찍느라 정신 팔려 가족들은 나 몰라라 하여서 가족들이 서운하여 저만치 서 있다며, 부모와 사진 찍을 때는 웃지도 않아 서운타는 그 어머니 마음이 이해됐다. 가족들은 조카가 같이 사진을 안 찍어줘서 골이나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니라 하세요. 저는 미리미리 마음 비웁니다. 친구 어머니는 외아들이라 더 하신 모양이시네요. 

그런저런 이야기로 이웃사촌 간에 두터운 정을 나누듯 서로가 덕담 가득 담아 정담을 나누었다. 30여 분이 지나 앨범과 기념품을 두 손에 가득 들고 온 아들들. 난 아들 친구에게 이루고자 하는 일 다 이루기 바란다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 바라보기만 해도 대견한 아들이 자랑스럽다. 대학 졸업하느라 고생했어. 고마워! 따뜻한 미소를 건넸다. 아들은백만불미소로 시크하게 답한다. 

집에 도착하여 친구 부모님과 나눈 대화의 내용을 말했다. 졸업 작품발표 때 늦게 알려줘서 나는 참석하지 못했었다. 내 아들 작품이 멋지게 만들어졌다고 친구 어머니가 말하던데. 그리고 팀원 중 한 명이 작업을 못 해서 아들 혼자서 작업을 다 했다면서, 그 작품 S방송국에서 방영하기로 되어있다고, 친구 어머니가말씀하던데, 그리고 친구가 졸업하게 된 게 다 내 아들 덕이라며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하던데, 내 덕은 아니고 그냥 좋게 말하는 걸 거야.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 부모와 나만 아는 일이야. 친구니까! 딱 네 마디의 대답뿐이다. 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묻는다고 말해줄 아들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만약 물어봤다면, 뭘 알려고 하느냐. 분명히 그렇게 간단 명료히 답했을 것이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가장 친한 친구에게 큰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 친구의 부모는 당연히 나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고맙다고 강조하여 말한 건데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나중에 그 친구 부모에게 물을 수도 없는 일이고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지만 분명 대견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졸업 작품은 3인 1조인데 한사람이 사정이 있어 같이 못 하게 돼. 거의 혼자서일 년 반이나 걸려 만들었다고 한다. 방송국에 방영되는 건 맞는데, 작품을 전시하고 나니 아쉽고 부족한 것 같아 엄마에게 보여 주는 게 그래서란다. 그런 판단으로 말하지 않았다 한다. 사실 난 그런 분야에 무지한데도 본인이 완벽하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 하여 부모에게는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러면 어떻게 방송에 내보낸다고 계약을 하나? 하고 물으니 나도 모른다고 답한다. 정말 너무 겸손하고 정확해서 걱정이다. 아들이 아무리 말 안 해줘도 친구 부모 덕분에 방송프로그램을 알았는데, 시간도 알았는데, 난 꼭 보고 말거야~. 라고. 기쁜 언쟁을 하며 식탁에 마주 앉으니 깊은 감동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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